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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초간의 침묵

Swordgs 2011. 1. 14. 18:12

 

 

 

 

51초간의 침묵.

 

오바마의 정치인생 중 가장 극적인 순간이라고 호평이 자자한 2011년 1월 13일, 애리조나 추모연설.

 

연설은 명료했고,

사건에 관련한 최소한의 심정적 책임이 있는 네오콘은 당연히 이를 지지할 수 밖에 없을 것.

 

무기란 것이, 혹은 "죽인다"라는 강력한 언어가 갖는 최악의 약점이란,

바로 실제 이행 전의 가능성의 상황에서만 최대한의 효과를 갖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도덕이라는 것이, 혹은 "옳다"라는 것이 갖는 최대의 강점은,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 시달릴 수는 있어도, 옳지 않은 것에 대해 "너는 틀렸다"라고 최후의 말을 던지며,

상대를 뉘우치게 혹은 꼼짝 못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인종주의, 메카시즘, 종교적 근본주의, 배타적 민족주의 등등,

우리는 우리 주변에 너무나도 경도되고 자극적이라 우리의 말초신경을 하나하나 흥분시켜

엄청난 쾌감을 안겨주는 그러나 너무나도 위험한 사고들과 살아숨쉬고 있다.

 

민주주의라는 것,

그리고 미국이 말하는 공화주의와 개인주의의 결합으로서의 민주주의라는 것은,

이 모두를 전면적으로 배척하고 비난하라는 것 보다는 각자가 갖는 입장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척없이,

최선의 결과를 위한 상호 협력적이고 개방적인 의사소통과 그를 통한 사회의사의 결정일 것이다.

 

사람들은 점점 호흡이 긴 텍스트를 멀리하고,

말초적이고 단기적인 것들에 천착한다.

 

때문에 많은, 좋고 받아들여야 할 만한 것들이 더 이상 사회에 남기 힘들게 되어버려 가슴이 아프다.

 

심지어 나조차도 이렇게나 긴 요설로서야, 내 마음을 풀어낼 수 있음이 한탄스러울 뿐이다.

 

 

오바마의 51초간의 침묵은,

사실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침묵은 더 길었어야 한다.

그는 눈을 깜빡거릴 것이 아니라,

더 슬픈 눈으로 한숨지으며 세상의 아픔을 위로했어야 했다.

 

물론,

51초 만으로도 많은 귀감을 남기고 있기는 하지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