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조각 - 정호승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_정호승, 주요 관심사/가슴이 부르는 노래 2022.08.10
기다리다 널 기다리다 혼자 생각했어 떠나간 넌 지금 너무 아파 다시 내게로 돌아올 길 위에 울고 있다고 널 바라보다 문득 생각했어 어느날 하늘이 밝아지면 마치 떠났던 날처럼 가만히 너는 내게 오겠지 내 앞에 있는 너 네가 다시 나를 볼 순 없을까 너의 두 눈 속에 나는 없고 익숙해진 손짓과 앙금같은 미소.. 주요 관심사/가슴이 부르는 노래 2011.02.08
시인은 국경에 산다 시인은 국경에 산다 이병률 시인의 집에 들러 저녁 때가 되었다 일 마치고 들어온 시인의 아내는 하루 종일 집에 있던 시인과 시인의 손님을 위해 밥을 지어 차려주었고 나는 밥을 먹고 일어나 시인의 방에 들어가 서성인다 무심코 책 한 권 뽑아들었는데 책장 저 안쪽에 보이는 반 병의 말간 소주병 .. 주요 관심사/가슴이 부르는 노래 2011.01.27
서시 서시(序詩)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와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주요 관심사/가슴이 부르는 노래 2011.01.25
백치슬픔 백치슬픔 신달자 사랑하면서 슬픔을 배웠다. 사랑하는 그 순간부터 사랑보다 더 크게 내 안에 자리잡은 슬픔을 배웠다. 사랑은 늘 모자라는 식량 사랑은 늘 타는 목마름 슬픔은 구름처럼 몰려와 드디어 온몸을 적시는 아픈 비로 적시나니 사랑은 남고 슬픔은 떠나라 사랑해도 사랑하지 않아도 떠나지 .. 주요 관심사/가슴이 부르는 노래 2011.01.20
당신이 떠난 뒤로는 당신이 떠난 뒤로는 도종환 당신이 떠난 뒤로는 빗 줄기도 당신으로 인해 내게 내리고 밤 별도 당신으로 인해 머리 위를 떠 흐르고 풀벌레도 당신으로 인해 내게 와 울었다 당신 때문에 여름꽃이 한없이 발끝에 지고 당신 때문에 산맥들도 강물 곁에 쓰러져 눕고 당신 때문에 가을 빗발이 눈자위로 젖.. 주요 관심사/가슴이 부르는 노래 2011.01.15
얼음새꽃 얼음새꽃 곽효환 아직 잔설 그득한 겨울 골짜기 다시금 삭풍 불고 나무들 울다 꽁꽁 얼었던 샛강도 누군가 그리워 바닥부터 조금씩 물길을 열어 흐르고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생명의 경이 차디찬 계절의 끝을 온몸으로 지탱하는 가녀린 새순 마침내 노오란 꽃망울 머금어 터.. 주요 관심사/가슴이 부르는 노래 2011.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