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gs
2011. 1. 27. 18:27

햄스터는 달린다
이병률
터진 외로움이 다 무슨 소용인가
한반중에 끝도 없이
쳇바퀴를 달리고 있는 햄스터가 걱정되어 불을 켜니
달리기를 멈추고
멀거니 불빛을 향해 몸을 바꾸는 건
외로움 때문일 거라고
무릎을 꿇고 앉아 눈을 맞추고서야
햄스터에게도 그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많이 외롭구나
햄스터 한 마리를 키운다는 말에
누군가 내 허공에 고개를 들이밀고 했던 그 말
자꾸 달라붙는 그 말을 부정하면서
침(針)을 주듯이 우주를 타일러 잠든 밤
햄스터 쳇바퀴 소리에 문득 일어나
걸레에 물기를 적시어 먼지를 간섭하고 있는 몇몇 밤들은
그것이 아니고 다 무엇인가
그것은 밤에 가장 빨리
가장 멀리 달린다
제자리여서 더 빨리 더 멀리 달린다
아무 없는 어둠을 향한 혼자만의 곡예 혹은 생각처럼
인간의 불빛을 의지 않겠다고 마음 다잡던 날
불을 끄고서야 알았다
매일 우주를 굴리고 있다고 믿은 햄스터가
실은 별만큼 먼 외로움을 향해 달리고 있다는 것을
그러니 터져버려
둥그렇게 쥐고 있는 손아귀의 외로움 따윈 또 무슨 소용인가